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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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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작성일16-07-12 11:50 조회4,1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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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보았던 영화 [해프닝]은 아주 독특한 영화였습니다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면 사람들은 하나 둘 스스로 자살하는 끔찍한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 “자살 바이러스”. 이것이 중증의 우울증 증상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속 자살하는 사람들이 무엇에 홀린 듯아무 생각없이 자살 행위를 하게 되듯이우울증이 심해지면 마치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그 무서운 죽음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기 때문입니다정신을 차려보면 너무나 무서운 상황인데도 정신 못 차리고 저지르게 되는 자살. 

  

 

혹자는 자살자를 향하여 사회적 도태자라고 보고어떤 이는 정신력의 부재라고 봅니다나는 생각이 다릅니다그런 속단이 맞는 부분이 있다해도 자신을 스스로 죽이는 행위는 단순하지 않습니다생각해 보세요모든 사람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수년 전에 나는 과로로 인해 죽음의 고비를 경험했었는데그후 일시적 공황장애가 생길 정도로 공포가 영혼을 물들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죽음 이후에 찬란한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천국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죽음이라는 상황은 이 세상에서의 개인적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병적으로 혼란스럽고 멍한 상태에서만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합니다용기가 있어서가 아닙니다마음이 병들어 아무 것도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정신없이 저지르는 행위입니다이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살한 사람들의 유가족들은 더욱 고통스러워합니다이러한 사회적 지탄이 그 유가족들에게 쏟아지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유가족이 따라서 자살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됩니다사별의 고통과 더불어 그런 시선에 대한 고통이 덧입혀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유명인 자살 유가족이 똑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떠난 비극적 사건이 우리들 기억 속에서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무엇보다 주변의 관심이 필요합니다자살 유가족 모임에 참석하여 같은 고통을 나눈 사람들과의 공감어린 지지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전보다 많이 살만한 나라가 되었는데도 왜 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을까요주간조선에 실린 '자살 뒤의 또 다른 비극유가족 100만명이 위험하다'라는 기사를 보면자살문제 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유가족의 죄책감과 고립감인데 그로인해 이 분들의 자살위험이 일반인의 6배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31.2하루 평균 42, 2003년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대한민국의 자살 현주소입니다. 2009년 기준 OECD 평균 자살률이 10만명당 11.2, 2위인 헝가리가 19.8명인 것과 비교해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OECD 대부분 나라의 자살률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국은 유일하게 2000년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자살은 한 명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남기기 때문에 유가족의 살아남아 있는 지독한 고통과 슬픔에 주목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한 명의 자살 뒤에 직접적인 정신적 외상을 입는 자살 유가족이 평균 여섯 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010년의 경우 자살 15566명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한 유가족이 93396명이라는 이야기입니다자살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이후 15년간 발생한 자살 유가족을 따지면 100만명이 넘는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자살 후유증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존 매킨토시 교수는 책 자살과 그 후유증에서 자살 유가족은 강간이나 전쟁그리고 범죄적 희생 같은 깊은 정신적 외상을 남기는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과 공통적인 심리 증상을 겪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미국국립정신보건원은 자살 시도자 4명 중 1명꼴로 가족 중에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자살자의 유자녀의 경우는 학습될 위험이 높아서 성장해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해결 방법 중의 하나로 자살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남은 가족 간에도 자살이라는 단어는 금기시되고 입 밖으로 한번도 꺼내지도 못하고 억압된 상처로 인해 수십 년 후에 정신적 와해를 겪기도 합니다상처의 치유는 침묵을 깨고 다가가는 것입니다그 고통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나는 상담실에서 종종 자살 유가족의 끝없는 고통을 목격합니다그들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지 온 몸으로 참을 수 없는 통증을 겪으며 함께 울게 됩니다그들이 오랜 기간 치유를 거쳐 죄책감을 내려놓고 가벼워질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은 따뜻한 사랑의 시선으로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마음껏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애도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편견을 깨고 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자살은 지옥행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정죄하지 않는 긍휼한 시선으로 유가족을 대해야 합니다그리고 무엇보다자살하는 사람이 없도록 주위를 살펴보고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다가가 주어야 합니다자살자에 대한 섣부른 판단도 금물입니다그가 사후에 어디로 갔을지는 하나님의 주관입니다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할 문제가 아닙니다부디 사랑의 또다른 이름인 긍휼의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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