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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치유10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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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작성일16-07-12 11:23 조회4,0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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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 살의 앳된 소녀가 웃음기 없는 슬픈 표정으로 내 앞에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습니다. 뭘 물어봐도 대답도 없이 한참 그대로 앉아 있다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요.......” 

  

 

이 한마디의 말은 이 소녀의 아픔과 심한 우울증의 핵심적인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심리적 병증을 지닌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슈이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이 생각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을까요?  

이 가슴아픈 주제는 또한 나의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어린시절 자아존중감[자존감]을 높이고 강화할만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전쟁터 같은 환경과 학대와 비난 속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했고, 누가 나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상황에서도 심한 저항감을 느껴야 했지요. 더 나아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가치나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낙인 찍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깊이 깨달았습니다. 심지어는 하나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으니까요.  

‘나 같은 애를 사랑할 리가 없어. 결코...... ’ 

  

 

이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신념은 나의 고뇌를 깊어가게 했고, 좌절하게 했고, 슬픔과 외로움이 병적으로 깊어지게 했습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나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지 않으니 타인의 목소리는 모두 비난의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심지어 칭찬하는 말조차 나를 빈정거리고 비난하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내 마음이 깊이 병든 그때에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킬 능력이 없었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여성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시기심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계속해서 황무지의 바람만 서늘하게 불어왔고 더욱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우울증이 더 깊어졌고, 삶을 지속하게 할 만한 모든 이유를 상실할 즈음, 수없이 죽고 싶어했습니다. 수 천 번이 넘는 자살 충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몸부림쳤지만 죽고 싶은 욕망은 늪처럼 더욱 나를 끌어당겼습니다.  

  

 

지옥 같은 현실을 회피하고자 진짜 지옥에 떨어질 수 없다는 희미한 확신이 나를 붙잡는 유일한 돌파구였습니다. 나에게 기독교신앙은 그런 의미에서 나를 살리는 구원의 관문이었습니다. 육체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저차원적인 구원의 관문...... 그러나 그 마저 흔들릴 때는 하나님조차 원망과 분노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마음의 극심한 통증과 상처는 사랑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를 원천봉쇄했습니다. 그래서 더 외로워졌고 세상에 혼자 표류하고 있는 사람의 심정으로 캄캄한 어둠속을 헤매었습니다.  

  

 

내가 열여섯 살의 소녀였을 때 느꼈을 그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한 이 소녀의 아픔이 내게 그대로 전달되어 뜨거운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 소녀에게, 내가 겪었던 길고긴 터널을 빨리 건너게 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 소녀의 20대는 나처럼 슬프고 고통스러운 20대가 아닌, 빛나는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20대가 되도록 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과 기도 속에서 치유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내가 만일 열여섯 때부터 치유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은 분명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 후로도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방황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의 댓가는 지금 너무나 큰 선물로 주어졌고 그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십대나 이십대의 마음 아픈 이들이 찾아오면 그들에게 행복하고 기쁨 가득한 이십대를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나의 간절한 소망을 꼭 이야기해 줍니다. 그만큼 나의 이십대가 힘겨웠으므로..... 그리고 그 고통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하게 해주고 싶었으므로..... 

  

 

열여섯의 소녀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얼굴은 그 나이의 건강한 소녀들처럼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고 살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어요. 저는 누구나처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였어요. 이제는 사랑받는 느낌이 얼마나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족치유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이처럼 사랑을 주고받는 기능이 살아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같은 집에서 매일 보면서 살지만 서로 사랑을 받는 느낌이 없이 사는 동안 서로를 외롭게 만들고 증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부모도 자녀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부부도 서로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되찾게 되는 것, 그것이 가족치유의 핵심입니다.  

  

 

모든 가족, 모든 가정에 건강한 사랑이 흐르고, 은총이 강물처럼 흐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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