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의 힘으로

중증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어린 딸을 데리고 초로의 어머니가 초췌한 얼굴로 상담센터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어머니는 나를 만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쉴 새 없이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다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어요. 제 탓이예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모든 행위가 사실은 아이를 몰아세우고 슬프고 외롭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 어머니는 뒤늦게 깨닫고 오열했다. 공부를 잘 하고 좋은 대학에 가도록 채찍질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죽고 싶어할 정도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지는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죄책감은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딸을 위해 치유자가 되어 주세요. 진실한 사랑의 힘으로 다시 시작하시면 됩니다….” 나는 상담자로서 이렇게 위로하며 진심으로 힘있게 말해 주었다.

학교도 다니지 못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해지고 불안장애까지 온 십대인 딸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게 된다.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 그 아이는 슬픔이 가득한 힘 없는 눈빛으로 겨우 고개만 끄덕일 정도로 절망감을 안고 고통을 받고 있었다.

정신과 약을 먹으며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로 하면서 모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의 힘을 회복한 어머니는 매주 딸을 데리고 상담실에 왔다. 어머니의 상담도 병행하며 알게 된 사실은 어머니 역시 어린시절이 불행했었다는 것이었다. 불행한 어머니가 딸 마저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불행한 대물림은 의식하고 깨닫지 못하는 한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썩어 냄새나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우길 수는 없다.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모든 학대의 양상들을 이제는 확실히 깨닫고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투(ME TOO)운동’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역겹고 냄새나는 잔인한 범죄에서 비롯된 상처받은 사람들의 피눈물나는 외침이지 않은가. 영혼을 짓이기는 상처를 주고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회개하지도 않는 인간들은 더이상 인간이기를 거부한 짐승들이다.

“그게 뭐 그리 잘못이라고 이 난리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런 자는 자신이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합리화하며, 일말의 죄책감도 회개하는 마음도 없이,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자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잘못할 수도 있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러나 이제 알아야 한다.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후에는 자녀에게 사죄하고 뼈 아픈 회개를 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사랑을 회복하고 진짜 사랑을 주어야 한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딸에게 사죄하고 온 힘을 다해 치유자가 되어준 어머니는 사랑의 능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딸의 치유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왔다.

나는 그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아직도 이 땅에는 자녀에게 큰 상처를 주고도, 누군가에게 깊은 고통을 주고도, 죽음 같은 절망을 주고도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사죄할 마음이 조금도 없는 짐승같은 인간들이 있다.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전의 죄악을 속죄하고 새롭게 되어 다시 사랑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 엄마, 아빠인 당신은 더욱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 죄악에 무디어진 이 사회에 미투 운동이 따뜻한 봄향기를 불러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그 모든 행위들이 죄악임을 깨닫고 회개하는 운동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피해자를 향해 자신에게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회개가 진정한 사랑을 회복하게 하여 부모가 자녀를 치유하고 아내가 남편을 치유하고 남편이 아내를 치유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 모두 다시 나아가야 한다. 다시 사랑의 힘으로!

*유튜브 

<강선영 박사의 심리상담> 

https://www.youtube.com/channel/UCSbkETiJMYXKlkHazq3mIMw

<우리, 가나안 성도들>

https://www.youtube.com/channel/UCTfm_K-J6pyHiJA_P5RUW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