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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아, 슬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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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작성일16-07-12 12:28 조회4,7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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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뜨겁던 공기도 가라앉고 열에 들떠있던 거리도 가라앉고 사람들의 표정도 차분히 가라앉고 있다그리고 오늘은 고즈넉한 가을비가 내리고 있는 거리를 걷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통유리창이 사방의 벽처럼 둘러 쌓여있는 조그만 카페 안쪽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구경하며 내 마음도 가라앉히고 있는 중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견디는 동안 오지 않을 것 같은 계절이 시의 언어를 담고 비와 함께 오고 있나보다불에 달구어진 인두에 데인 것 같던 뜨거운 통증의 계절 끝에 다시 평화가 오고 있나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늘 헛되이 돌아가는 듯하다수많은 방송 채널에서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해지기 위한 프로그램을 앞 다투어 방영하고 있다몸에 좋은 음식건강해지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의사들의 경고성 프로그램들즐겁게 살기 위한 다양한 여행담과 맛있는 음식점 투어 등등 요즘처럼 방송 채널이 많았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밀쳐두었던 우리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거짓 행복감을 꾸미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며 오히려 더 심각한 부작용은 없을까잠시 동안 TV에서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팔려 낄낄거리며 웃다가 금새 의기소침해져서 자신의 현실을 힘들어하지는 않는가? 

이렇게 골목 안 조그만 카페의 통유리 창으로 비오는 작은 골목을 바라보고 있자니 슬픔이 슬픔을 밀어 올리며 가슴을 적시는 느낌이 치유로 다가오는 것을 마음으로 보고 있다한여름너무 뜨거워서차갑게 식혀진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뛰어다녔던 시간들을 뒤로 하며 이제야 슬픔을 맞이한다이제 막 시작된 가을의 문 앞에서. 

슬픔을 느끼지 않기 위해 억지 웃음과 억지 즐거움을 오래 가지면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다슬픔은 슬픔으로 느껴져야 하고 강물처럼 흘려보내야 한다그래야 거짓 기쁨이 아닌 진정한 기쁨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살아가는 동안 늘 부딪히는 크고 작은 생채기와 상처들이 골목 어귀를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직관적으로 감지하게 된다그들의 표정 속에 흐르는 슬픔을 잡아내며 내 슬픔도 깊고 깊은 무의식의 기저에서 건져내는 중이다그리고 가늘게 흐르는 가을비 속으로 흘려보낸다 

어떤 감정이던 나쁘지 않다슬픔이던 기쁨이던 외로움이던 행복이던 간에 나쁜 것은 없다인간 감정의 다양성은 그 감정들을 그대로 느끼고 드러내고 표현되어야 치유로 이어질 수 있다부정적인 감정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억압해두면 그것들이 심리적 병증을 불러일으키고 정상적인 슬픔을 벗어나 병적 슬픔으로 이어진다병적 슬픔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슬픔아슬픔아! 

괜찮으니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지 말고 흘러나와 내가 느낄 수 있게 해 줘...!, 이렇게 말해도 된다그래야 당신 내면의 깊은 슬픔이 치유될 수 있다. 

슬픔을 품고 있는 마음의 병들우울증불안증공황장애강박증편집증 등등... 무수히 많은 마음의 병들이 낫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슬픔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처럼 천천히 흘러내린다아주 천천히 

슬픔이 슬픔에게 말을 걸도록 내버려둬야 슬픔이 기쁨에게도 말을 건다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 같았지만 결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당신은 슬픔이 없는가우리 주님도 슬픔을 크게 느끼며 울기도 하셨는데쉽게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슬픔이 왜 없겠는가 

나는 매일 매 순간 슬픔을 느낀다그 슬픔이 나의 영혼을 정화하고 그 슬픔이 나의 욕심을 씻어내며 그 슬픔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마치 땅 밑 거름이 옥토를 만들 듯이 슬픔은 내게 소중한 성장의 자양분이다 

역설적으로, “나는 슬프지 않아!”라고 하는 사람이 가장 슬프게 보인다 

그냥 말해도 된다슬프다고몹시 슬프다고 말해도 된다거짓 웃음 대신 진실한 눈물을 흘려도 된다그래야 분노가 씻겨져 나가고 온유하고 따스한 기쁨이 햇살처럼 영혼에 흘러들어오게 된다슬픔 가득한 나도슬픔을 모르는 당신도이제 슬픔에게 말을 걸고 슬픔을 받아들이고 그리고 슬픔을 흘려보내자그렇게 치유를 불러오자이 가을비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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