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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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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작성일16-07-15 12:02 조회2,4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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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요 



                     황지우 




맑고 쌀쌀한 초봄 흙담벼락에 붙어 햇볕 쬐는데 
멀리 동구 밖 수송기 지나가는 소리 들렸을 때 

한여름 뒤란 감나무 밑 평상에서 낮잠 자고 깨어나 
눈부신 햇살 아래 여기가 어딘지 모르게 집은 비어 있고 
어디선가 다듬이질 소리 건너올 때 

아무도 없는 방, 라디오에서 일기 예보 들릴 때 

오래된 관공서 건물이 古宮으로 드리운 늦가을 그림자 
그리고 투명하고 추운 하늘을 
재판 받으러 가는 호송 버스에서 힐끔 보았을 때 
백미러에 國道 포플러 가로수의 소실점이 들어와 있을 때 
야산 겨울숲이 저만치 눈보라 속에서 사라질 때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 빈말로라도 집에 가서 자자는 놈 없고 
불 꺼버린 여관 앞을 혼자 서성일 때 
흰 영구차가 따뜻한 봄산으로 들어갈 때 

그때, 이 세상은 문득 이 세상이 아닌 듯, 
고요하고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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