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윤박사의 치유칼럼] 낯설음이 주는 두려움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사람 앞에 서면 크고작은 새로운 두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새로운 환경이니 또다시 설레는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감정이.

계절이 바뀌고 숲의 향기도 달라졌습니다. 
여름 더위는 찬 바람이 다가오자 씻겨져나가고 어느새 차가운 계절이 끌려 옵니다. 
바람은 선선해지고 가끔 추위도 느껴지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여름의 열기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지에 가득했는데 시간의 빠름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계절이 흐른다는 것은, 차가운 계절로 나아간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을 품는 것이고 성숙해지는 것이겠지만, 마음이 병든 사람에게는 고통이 더욱 심해지는 계절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상하고 상하면 심한 불안과 함께 우울이 오면서 대부분의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이 시간 속에 추위가 찾아오면 더 우울하고 더 불안해집니다.
  
심리적 병증이 있는 사람은 추위가 심해질수록 마음의 추위를 더 깊이 느끼게 되고 세상은 더욱 차갑게 느껴져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원래 우울하던 사람은 더욱 우울해지고 불안하던 사람은 더욱 불안해집니다. 
계절의 흐름은 자연의 순리지만 지금처럼 점차 차가워지는 계절에는 이유를 모르는 불안이 찾아오고 더욱 외로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내가 곁에 있을께,라고 말해주길 바랍니다. 
병적인 외로움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자살률 세계 1위인 실상이 말해줍니다. 
해가 비취는 시간이 짧아져 어둠이 빨리 찾아오면 두려움에 쌓인 외로움이 뼈를 녹일 듯 밀려옵니다. 마치 살인마가 방 문 바로 밖에 찾아온 것 같은 공포입니다. 
  
이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몸에 병이 깊어지면 힘들 듯, 마음에도 병이 깊어지면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으니 주위 사람들은 마음병 환자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정신력이 없다고 비난을 해댑니다. 그래서 아픈 사람을 더 병들게 합니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더 아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꼭 기억해야 합니다. 아픈데 왜 아프냐고 나무라서는 안됩니다. 얼마나 많이 아프냐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단 한번도 우울증을 겪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비교적 가볍게 지나간 사람들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을 향해 비난할 수 있습니다. 당신들은 감기를 앓은 것이고 그들은 암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그 차이를 인식해야 합니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날씨가 시원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워 과일이 마지막 단맛을 품는 계절, 가을의 향기는 누구에게나 골고루 은총처럼 부어지지만 어떤 이에게는 더 큰 슬픔을 품게 되고 더 큰 외로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그러냐 묻는다면, 아파서 그렇다고, 너무 많이 아파서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픈 사람에게 왜 맨날 아프냐고 하면 설움과 억울함이 더욱 커져서 마음의 병은 낫지 않게 됩니다. 아프니까 아프다고 하는 것이니 그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비난하는 당신이 언젠가 더욱 심한 우울증에 허덕일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픈 이들이 다 나아서, 행복해지고 건강해져서,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 앞에 그 향기와 빛깔을 즐거워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새로운 두려움도 커진다면 그 두려움을 누군가에게 펼쳐보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이 계절이 더 아프게 만드는 계절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너무 많이 아파본 나는, 조금이라도 아프다고 하는 이들을 가슴 아프지 않은 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심하게 아파본 사람은 누구라도 그럴 것입니다.  
  
추워지는 계절이 병증을 키우는 계절이 아니라, 오히려 따스한 온기가 흘러 치유가 일어나는 계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따뜻한 손과 눈빛이 있기 때문입니다. 
밖이 추울수록 체온은 더욱 빛을 발하고 그 온기는 치유를 돕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온기로 서로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은 웃지만 내면이 슬프다면 치유가 필요한 것입니다. 
 
치유의 계절이 펼쳐지길 이 가을에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나의 가을 기도문이 우리의 아픔에 치료약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제 각자의 기도문을 써서 병든 사람들의 치유를 도울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데워야 할 것입니다. 그 데워진 눈빛으로 그들의 두려움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 심리상담학 박사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