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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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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작성일22-05-10 19:32 조회1,1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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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박사의 치유칼럼] 너무 너무 고마워!


오월이 시작된 아침, 창문을 열면 문밖에까지 가득차있던 아카시아향기가 앞다투어 밀려들어옵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진한 향기가 그리움도 불러옵니다. 
그리고 수많은 고마움의 기억도 떠오르게 합니다.


거센 혼란의 찬바람을 넘어, 지독히 차가운 슬픔의 계절을 지나, 드디어 찬란한 오월이 되었습니다. 
꽃들이 저마다 피어야할 시기를 알고 종류별로 피기 시작했고 바람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외롭고 슬픈 사람들도 조금씩 따뜻해진 가슴으로 아름다운 봄 정경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열 살 무렵, 내가 살던 읍내에서는 아이 걸음으로 두 시간을 가야하는 산골마을에 살던 단발머리 친구가 또다시 떠오릅니다. 학교까지 먼 길을 다녀야했지만 항상 밝은 얼굴과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교실로 들어오던 그 아이.

봄이 다 가던 어느 휴일, "우리집에 놀러와."라고 여러번 말했던 그 아이를 보러 무작정 집을 나섰습니다. 제법 햇살이 따가웠던 메마른 흙길에서 피어오르던 먼지 냄새를 맡으며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던 기억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매일 이 먼길을 걸어 학교를 다닐까. 나는 한번 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작은 산을 두 개나 넘어 계곡을 따라 이어진 작은 산길을 계속 걸으면서 조금은 무서워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저멀리 산골 마을의 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오자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 아이는 맨발로 뛰어나와 놀란 얼굴을 하다 금새 활짝 웃으며 내손을 잡으며 맞아주었지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어서 들어와. 배고프겠다. 마침 밥 먹으려던 참이야. 같이 먹자……"

맑은 눈빛의 그 아이는 종달새처럼 밝은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조잘거렸습니다.
"너가 와서 정말 반가워...너무 좋아...와줘서 고마워...힘들었지?"
그 아이는 지친 내게 밥을 차려주었고  과일이며 곶감 등을 계속 가져와 먹게했습니다. 
불시에 방문한 반 친구를 환대하며 대접해 준 고마움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서 지금도 어제 일처럼 기억납니다.

 매일 4시간을 오가며 학교를 다니고 있던 그아이는 탄탄하고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심성도 착하고 밝았습니다. 
내가 이토록 이 애를 고맙게 추억하는 이유는 수십가지였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그 아이에게서 나오던 순수하게 빛나는 영혼의 빛이 어린 내 마음을 밝혀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애가 베풀어준 친절과 따뜻한 환대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여전히 나의 마음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 작은 산골마을과 낮은 돌담이 감싸고 있던 그 집과 그 아이의 종달새같던 목소리가 지금도 너무 그립습니다.

지금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다면, 내마음을 담은 선물 한아름 주고 싶고, 그 시절을 함께 추억하며 천진한 아이들처럼 오랫동안 웃고 떠들고 싶습니다. 
산골마을, 대곡동 그 소녀가 너무 보고싶은 오월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또다른 고마움들을 하나씩 나열해 봅니다. 

나는 조그만 고마움들을 잊지 못합니다. 내게 친절한 미소를 보내준 사람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준 사람들, 지치고 힘들고 배고팠던 내게 밥 한 끼 대접해준 교회 할머니, 몽당연필을 쓰던 내가 안스러웠던지 자신의 새 연필을 수줍게 내밀어주었던 착하고 포동하던 손들….. 그 사소한 고마움들이 마음 한 가운데서 늘 출렁이고 있습니다.

마음이 짓눌려 있고 슬픔에 빠져있을 때는 모든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돌아보면 자잘한 고마움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너무 사소해서 일일이 기억에 저장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음의 주름 자락을 하나씩 펼쳐보면 고마움들은 진주알처럼 수없이 맺혀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가득 채운 분노 때문에, 넘치는 슬픔 때문에, 억울함과 피해의식 때문에, 고마움은 깊이 묻혀 버리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처만 준 것 같은 부모님에 대한 마음에도 수없는 자잘한 고마움이 묻어있을 것이고 배우자, 자식, 친구들, 주위 모든 사람들을 향한 자잘하며 사소한 고마움들은 여러가지 모양으로 깊이 묻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어려워합니다. 표현해야한다고 하면 그런 걸 꼭 말을 해야 하나?,라고 말합니다. 
꼭, 말로 표현해야 합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습니다. 자잘한 고마움을 말하기 시작해야 큰 고마움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문득 떠오르는 자잘한 고마움들이 그 고단하고 힘든 시기를 살아낼 힘을 주었다는 것을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됩니다. 그때마다 고마움을 표현했다면 상대방에게도 기쁨과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표현하지 못한 고마움들이 그리움을 만들고 아쉬움을 낳습니다. 
그때 하지 못했던 고마움의 표현들을 이제부터라도 가까운 사람에게 하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자잘하고 사소한 그 무엇이라도 고마워하고 표현도 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월의 따뜻한 하늘 아래에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힐링과 기쁨을 주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고마워~” 
이런 표현이 마음이 아픈 이들의 마음에도 치유약으로 젖어들 것입니다. 
고마움은 사랑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고마움에는 당신의 사랑에 감사하다는 표현이 표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 한마디 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가요. 조금 수줍어도 하기 시작하면 계속 하게 됩니다.
성경에는 “범사에 감사하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든 일에, 무슨 일에라도, 사소할 지라도, 항상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도 기쁨이 가득 차게 됩니다. 고난도 이겨낼 힘이 생깁니다.

감사의 달인 오월 뿐 아니라 열 두달 내내 고마움을 서로 표현하고 아주 작은 것에도 고마워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고맙다는 표현이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해줄 것입니다.

어린 날 따뜻하게 환대해준 그 작은 친구를 고마워하고 그리워하게 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카시아 향기 실은 바람에 내 목소리를 실어보내고 싶습니다.

"맑은 눈빛으로 종달새처럼 밝게 나를 환대해준 친구야, 고마워......"
"너무 고마워~~"
"눈물나게 그립구나..."






 
*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 심리상담학 박사
*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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