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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꽃향기에 배었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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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작성일18-06-04 12:59 조회2,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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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박사의 치유칼럼] 아카시아 꽃향기에 배었던 슬픔 

 

오랫동안 상처받는 삶을 살게 되면 자기연민이라는 힘든 감정이 생긴다. 그 자기연민은 그 당시에 들었던 노래에도 배어들고 향기나 음식에도 배어든다. 그래서 어떤 노래를 듣기만 해도 슬픔이 줄줄 흘러내리고 자기연민에 몸서리치게 되는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집 뒷 산에는 아카시아가 지천이었다. 오월의 끝자락에 아카시아꽃향기는 우리 동네를 뒤덮었고 그 향기는 그 시절의 아픔과 슬픔을 상기시키는 향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후 어디에 있던지 아카시아꽃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아무 일 없는데도 그 시절의 슬픔이 마음을 뒤덮고 자기연민에 빠지곤 했었다. 

 

얼마 전, 우리집 가까운 공원길을 걸으며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맺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물론 예전처럼 숲을 이룰 만큼은 아니어서 엄청나게 진한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 꽃에 코를 대고 냄새를 깊게 들이쉬자 그 시절 맡았던 그 향기가 코 속을 스쳤다. 그리고 잠시 그 시절 느꼈던 슬픔이 떠올랐다. 섬세하고 감수성 깊던 그 소녀의 슬픔이 병약한 몸과 마음을 관통해 흘렀던 그때의 그 느낌. 어쩌면 실제가 아닌 허상일 그 느낌이 잠시 마음을 휘감았다 풀어졌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향기가 치유되기 전의 아픈 마음을 상기시켜 순간적으로 자기연민을 몰고들어온다는 것을. 과거의 해결되지 못한 마음의 문제들은 손끝만 스쳐도 쓰라린 기억을 몰고와 스스로를 슬픔의 우물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끝난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들게 하는 것이 그 ‘쓰라린 느낌’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에 지금도 두려워하고,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지금도 크나큰 슬픔의 나락으로 빠져든다는 사실을. 이것이 ‘사람의 내적불행’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자신에 대한 인식은 오래전 해결되지 않은 상처의 문제가 현재 거짓감정을 불러일으켜 우리의 영혼을 침식해 들어온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느끼는 지독한 슬픔과 지독한 고통은 거짓이 아니라 실제다. 실제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상처는 흘러흘러 현재진행형의 아픔으로 계속 고인다. 그래서 과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되고 미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상처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아카시아꽃향기가 스치기만 해도 그 시절의 상처가 되새김질되는 연약한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해주어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며, 그럴 수밖에 없는 연약함이라는 사실을 용납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연약함을 인정하면 신의 사랑과 은총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누구나 예외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아카시아꽃향기는 행복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기쁨으로 피어오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을 피어올리게 된다. 

 

그 옛날, 그 어린시절, 그 기억들에, 행복함이 많았는지 슬픔이 많았는지가 지금의 느낌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뉴월의 무성한 초록과 아카시아꽃향기에 밴 슬픔을 기억해 냈다. 슬프다고해서 다 나쁜 것이 아니었던 그 시절을, 이제는 아프지 않게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많이 아픈 당신도, 끊임없이 괴롭히는 슬픔과 외로움과 고통을 주는 향기가 있을 것이다. 그 향기가 기억해내는 것이 옛슬픔이 아니라 현재의 슬픔이라면 아직 치유받아야 할 것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치유를 멈추지말고 인내를 가지고 이루어가길 바란다. 

 

아픈 기억을 부르는 숲의 향기를 피하지 말고 은총으로 여기며, 때론 눈물이 흐를지라도, 걸어가보자. 그리고 치유를 마무리하자. 눈물이 뚝뚝 떨어져 우리가 가는 길을 적셔도 괜찮다. 치유는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떨어진 눈물이 보석이 되어 선물로 되돌아올 것이다.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치유와 사랑이 흐르는 유튜브 방송 <강지윤 박사의 쉬운 심리학> https://www.youtube.com/channel/UCSbkETiJMYXKlkHazq3mIMw

 

*<우리, 가나안 성도들>  

https://www.youtube.com/channel/UCTfm_K-J6pyHiJA_P5RUW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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